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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편지

# 10 겨울 햇볕 같은 다사로운 연대

# 겨울 햇볕 같은 다사로운 연대
_ '여름 꽃과 하늘'의 태국 장애인선교 이야기 10
_ 초보선교사 김민수, 최승미, 유하, 민하

참 고마운 이웃에게 큰복터와 초보선교사 가족의 안부를 전합니다. 
(뭐가 이리도 고픈지, 이번에도 글밥이 많아요. 나눌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싶어 적다보니 늘 그렇네요. 글 아래 사진 먼저 보면 부담이 덜 할 거에요. 이번 이야기는 어느 교회에서 요청한 사역보고와 승미의 빵 굽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나눈 이야기도 있어 내용이 겹칠 겁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참 고맙고 그립습니다.)

어느덧 겨울이 되고 어느덧 한해 마지막 날들을 지납니다. 올해 남은 몇 날 며칠, 고단한 길을 함께 걸은 하나님과 우리가 서로를 보듬고 격려하면 좋겠습니다. 인생에 길 아닌 게 없어 길을 이야기하는 글을 좋아합니다. 

길에서 살고 길에서 쓰는 박노해님은 

우리가 여기까지 달려온 것은
두고 온 것들을 돌아보기 위한 것 
내 그립고 눈물 나고 사랑하는 것들은 
다 등 뒤에 있으니 

그것들이 내 등을 밀어주며 
등불 같은 첫마음으로 
다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니 
12월에는 등 뒤를 볼아보자

고 권합니다. 

돌아보니 여러분과 맺은 이웃 관계가 더없이 고맙습니다. 아무리 떠밀어도 우리네 일상에 기생하는 코로나 상황이 못내 속상하고 답답합니다. 아슬아슬한 희망을 애써 나누며 큰복터와 어리숙한 초보선교사 가족을 응원해주어 감사합니다. 

겨울 햇볕처럼 등어리 어루만져 도닥거리는 다사로운 연대였습니다. 후원교회에서 요청한 보고와 승미의 빵 굽는 이야기(밀알보 연재)를 나눕니다. 큰복터와 저희 가족 이야기가 이웃의 고단한 일상에 닿길, 보람찬 선교 동행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여전히 쉽지 않고 매번 돌이켜 다시 시작해야하나, 바르게 살아가고 사역하고 사랑하고자 애쓰겠습니다. 

이틀 후면 성탄예배를 드리겠네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습니다. 성경은 성탄절을 마냥 밝게만 그리지 않습니다. 사실을 떠난 감정은 갈피를 잃기 쉽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태어남'은 분명히 기쁘고 감사한 은혜입니다. 
"(눅1:14) 그 아들은 네게 기쁨과 즐거움이 되고, 많은 사람이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눅2:14) 더없이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다"

하지만 이날은 '예수의 태어남으로 애꿎게 죽은 아가와 부모'에게 한없이 슬픈 날입니다. 내 아이가 죽는 걸 가만히 지켜볼 부모가 없기에 아마 함께 죽었을 겁니다. 
"(마2:16-18) 헤롯은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몹시 노하였다. 그는 사람을 보내어, 그 박사들에게 알아 본 때를 기준으로, 베들레헴과 그 가까운 온 지역에 사는, 두 살짜리로부터 그 아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였다. 이리하여 예언자 예레미야를 시켜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라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울부짖으며, 크게 슬피 우는 소리다. 라헬이 자식들을 잃고 우는데, 자식들이 없어졌으므로, 위로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

예수는 '여호와의 구원(심판과 회복)'이라는, 그리스도는 '여호와의 구원을 이루고자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뜻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땅에 태어나자 탐욕의 노예가 된 세상은 애꿎은 어린 생명을 그를 대신해서 무참히 죽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끔찍한 사건을 도저히 잊지 못했을 겁니다. 그들이 슬피 우는 소리를 가슴 한편에 묻어 두고 살았을 겁니다. 자신의 생일을 기뻐하기보단 그들의 죽음을 애도했을 겁니다. 악에 받친 헤롯 때문이긴 하나 자신을 대신해서 죽은 생명을 기억했을 겁니다. 

제가 아는 예수 그리스도는 눈이 슬플 수밖에 없는 구원자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구원(심판과 회복)을 이룰 예수 그리스도를 환대하고, 이땅에서 애꿎게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며' 더불어 걷습니다. 

저희 가족도 고마운 이웃과 함께 환대와 위로의 길을 걷겠습니다. 고마운 이들과 더불어 복된 성탄절 보내면 좋겠습니다. 올해 충분히 애쓴 여러분 몸과 마음에 "샤밧(안식) 샬롬(안녕)"을 전합니다. 

새해에 다시 안부 전할게요. 다사로운 응원과 기도, 늘 고맙습니다

내가 배고플 때
배고픔 잊으라고
얼굴 위에 속눈썹에 목덜미께에
간지럼 먹여 마구 웃기고

또 내가 이처럼
북풍 속에 떨고 있을 때
조그만 심장이 떨고 있을 때
등어리 어루만져 도닥거리는

다사로와라,
겨울 햇볕!

겨울 햇볕 _ 허영자

# 이웃과 함께 드리는 기도

* 큰빛복지선교센터 사역과 밀알복지선교관 건립 위해
_ 늘 처음 마음(장애인과 더불어 샬롬을 누리는 마을)을 기억하며 삶과 사역과 사랑을 이어가도록 
_ 집에서만 생활하다 다시 큰복터에서 함께하는 장애청년들이 즐거이 적응하고 행복하게 어울리도록 
_ 송태규/홍애숙 선교사와 태국인 사역자(다)가 보람차게 사역하고 2기 팀사역을 위한 동역자가 세워지도록 
_ 밀알복지선교관 건축 업자와 겪는 어려움(약속 이행 등)을 잘 해소하고 계약대로 안전하고 튼튼하게 진행되도록 
_ 네 가지 공간(1층 예배당/강당과 카페. 2층 주간보호실과 운동재활실)을 알차게 구성하고 운영안을 준비하도록 
_ 밀알복지선교관 인테리어, 기자재 구입에 필요한 재정을 차근차근 마련하도록 

* 초보선교사 가족 위해 
_ 3월 2일 태국 도착한 날의 바람(더불어 샬롬)을 기억하며 하나님과 이웃에게 샬롬을 나누도록 
_ 태국인의 말과 마음과 생활을 배우며 가족부터 연민의 연대를 이루어 동행하고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_ 큰복터 안에서 함께 살며 사역할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필요를 하나하나 채워가도록(내년 3월 이주, 거주공간 리모델링, 생활물품 구입, 가족 비자와 자녀 학교 등)

#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 / 후원교회 사역보고

 

1. 주요 사역 내용 4가지 

 

* 코로나 상황에서 이어온 장애인복지선교

 

태국의 장애인은 특수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걸어갈 길이 없습니다. 전국에 장애영역별로 48개 특수학교가 있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기숙형태로 무상교육이 이루어집니다. 특수학교까지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만 이후에는 길이 없어 주로 집에서 지냅니다. 아직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사회에서 어울려 살거나 마땅히 거할 복지기관이 없습니다.

 

2012년 태국 핏사눌록 빡톡면에서 시작된 큰빛복지선교센터는 발달장애인과 같이 걷는 복지선교공동체입니다. 태국의 장애인과 가족과 지역사회 사람들과 함께 샬롬을 누리고 나눕니다. 위함이 아닌 함께의 정신으로 삶터, 일터, 쉼터. 배움터. 놀이터를 천천히 일구어 갑니다. 장애를 전생의 업보로 여기며 구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생명 그 자체를 사랑하며 하나님의 가족으로 어울리는 기쁨을 전합니다.

 

그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우정을 다지며 함께 견뎠습니다. 하지만 2019년에 시작된 코로나 상황은 이전과 전혀 달랐습니다. 태국 당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교육기관, 복지기관, 종교기관 등의 집합이 금지되었습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얼굴을 대하며 응원하고 격려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방역 상황이 좋아지면 집합이 가능하기도 했지만 다시 금지되었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큰복터 장애청년과 가족은 특수학교를 졸업하고도 함께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좋아했습니다.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이어져 힘들어하며 큰복터의 사람과 사랑과 사역을 그리워합니다. 그냥 이렇게만 있을 수 없어 보건 당국에 요청했습니다. 집에서 큰복터에 오가는 것은 불가하지만 큰복터에서 지내는 것은 가능하도록. 지금까지 보건 당국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기에 큰복터의 바람을 들어주었습니다.

 

현재 6명의 발달장애청년이 큰복터에 거하며 함께 예배하고 일하며 삽니다. 다시 모여 함께하는 날 서로를 반기며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일상처럼 여기며 함께한 시간(찬양, 신앙 교육과 일상생활 훈련, 예체능 놀이, 큰복터 정비, 밀알마트 운영 등)을 수 개월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이전과 비할 수 없을만큼 소중히 여기며 함께합니다. 코로나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습니다.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시133:1)”이라는 시편의 바람이 실제가 되어 큰복터에 불길 바랍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다 큰 자녀를 돌봐야했던 가족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고단한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고 고스란히 영향을 받겠지만 초심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발달장애청년과 더불어 샬롬을 노래하며 동행하는 길, 애써 이어가겠습니다.

 

* 꿈을 키우고 희망을 일굴 밀알복지선교관 건립

 

코로나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큰복터 기존 사역(발달장애청년과 함께 예배하고 일하며 살기)을 활기차게 이어가기 어려웠습니다. 방역 상황에 따라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했습니다. 서로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실감했습니다. 잠시라도 다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기존 사역은 가고 멈추기를 반복했지만 밀알복지선교관 건축은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지난 5월 5일에 착공했고 네 가지 공간(1층 예배당/강당과 카페, 2층 주간보호실과 운동재활실)에 맞춰 벽을 치고 지붕을 놓고 있습니다. 태국인 건축 업자와 소통하며 진행하는 게 쉽지 않고 여러 어려움(약속 이행 등)이 있습니다. 문제를 잘 풀어가며 안전하고 튼튼하게 짓겠습니다.

 

네 가지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지 고심하며 살피고 있습니다. 걸을 길이 없는 발달장애청년이 꿈을 키우고 희망을 일굴 삶터, 일터, 쉼터, 배움터, 놀이터이길 바랍니다. 한국의 유사기관을 참고하되 큰복터가 즐거이 할 수 있는 운영안을 마련할 참입니다. 에베소서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몸을 세워가듯 건립하고, 샬롬을 공유하는 복지선교관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밀알복지선교관 건립과 운영을 위한 동역

_ 착공 2021년 5월 5일

_ 완공 2022년 3월(건축) / 5월(인테리어)

_ 1층 카페,예배당(강당)

_ 2층 주간보호실, 운동재활실

_ 재정후원 인테리어 및 기자재 구입, 밀알복지선교관 운영

_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601-237893 한국밀알선교단 / 기부금 영수증

_ 장단기사역 다양한 분야(신앙, 직업, 운동, 일상)에서 즐거이 함께할 동역자

 

“우리는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 살면서 모든 면에서 자라나서 머리가 되시는 그리스도에게까지 다다라야 합니다. 온 몸은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속해 있으며, 몸에 갖추어져 있는 각 마디를 통하여 연결되고 결합됩니다. 각 지체가 그 맡은 분량대로 활동함을 따라 몸이 자라나며 사랑 안에서 몸이 건설됩니다(엡4:15-16).”

 

* 큰복터 2기 팀사역 및 핏사눌록 지역사회 연계사역 준비

 

기독교 공동체는 사람과 사랑과 사역의 어울림에서 출발합니다. 사역은 사람과 사랑을 공유하는 수단이지 목적일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가치와 계획과 사례가 있어도 그 일을 해내는 건 언제나 사람입니다. 나와 함께하는 너의 형편을 깊이 살피는 게 공동체 존재 이유이며 사역 근거입니다. 우리(나와 너)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도 됩니다. 우리는 늘 우리만큼 해낼 수 있습니다.

 

밀알복지선교관을 중심으로 진행할 큰복터 2기 사역은 한국인 사역자와 태국인 사역자가 하나의 팀으로 어울릴 겁니다. 발달장애청년도 복지선교의 대상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큰복터 사역의 주체가 될 겁니다. 한국은 이미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당사자주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태국은 여전히 장애를 전생의 업보와 저주로 여기지만 변화는 늘 틈에서 시작됩니다.

 

밀알복지선교관은 여러 사람이 여러 모양으로 함께해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동역자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감사하게도 2022년에 태국인 2명, 한국인 2명이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라차팟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형제가 2월부터, 태국 신학교를 졸업한 형제가 3월부터 함께합니다. 큰복터의 사람과 사랑과 사역을 좋아하는 형제가 5월에, 자매가 6월에 한국에서 들어옵니다.

 

선교현장에 와보니 팀사역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관계와 사역과 생활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어려움입니다. 큰복터 2기 팀사역을 시작하고 이어가는 건 전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한 번 직접 겪어볼 참입니다. 아직 그 사람과 그 사랑을 나누며 그 사역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마음을 가장 먼저, 깊이 살피며 같이 걸어보겠습니다.

 

2기 팀사역과 함께 애써 준비하는 건 큰복터와 지역사회의 어울림입니다. 그래야 큰복터 장애청년도 지역사회 사람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습니다. 핏사눌록에 있는 태국인교회, 대학생 사역을 하는 선교사, 한국어교육과 청소년 봉사활동 사역을 하는 선교사와 협력할 참입니다. 위함이 아닌 함께의 가치를 나눈다면 서로에게 보람찬 도전이 될 겁니다.

 

* 쌩아룬교회(고산지대 소수민족) 사역 지원

 

쌩아룬교회는 핏사눌록 큰복터에서 차로 90분 거리, 해발 1,200미터 고산지대 몽족 마을에 있습니다. 송태규, 홍애숙 선교사님이 2004년에 개척한 교회입니다. 몽족 사람들의 삶과 신앙을 함께 세우고자 처음부터 다양한 복지선교를 진행했습니다. 노인, 과부, 고아, 어린이의 형편을 살폈고 장애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큰복터는 쌩아룬교회에서 함께한 장애아이들 덕분에 시작되었습니다. 더 가까이에서 더 오랫동안 함께하고픈 바람이 ‘더불어 예배하고 일하며 사는 복지선교공동체’로 이어졌습니다. 쌩아룬교회는 큰복터에게 무척 고마운 존재입니다. 오래 전에 몽족 출신 사역자가 세워져 안정적으로 사역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전임 사역자를 다시 세워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송태규, 홍애숙 선교사님이 자주 가서 교회와 성도의 상황을 살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모이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어려움이 더해져 고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큰복터에서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동역한 태국인 사역자 ‘다 자매’가 쌩아룬교회 전임 사역자로 세워졌습니다. ‘다 자매’는 선교사님 부부가 어린 시절부터 양육한 몽족 출신 사역자입니다.

 

2022년 1월부터 쌩아룬교회 전도사 사역을 시작합니다. 교회가 다시 안정을 찾을 때까지 선교사님 부부가 함께할 겁니다. 부담이 많이 되겠지만 성품이 온유하고 사랑이 많은 자매여서 교회와 성도를 아름답게 세워갈 겁니다. 앞으로도 큰복터와 쌩아룬교회는 벗과 이웃으로 함께하며, 장애인과 소수민족 복지선교를 위해 협력하겠습니다.

 

2. 사역 중 가장 보람이 있던 일

 

코로나 방역 조치로 오랜 기간 서로의 얼굴을 대하지 못했습니다. 무척 아쉽고 안타깝지만 조금 낯설고 새로운 사역의 보람을 누렸습니다. 매일 같이 보던 때에는 매일 같이 보는 게 당연했습니다. 당연하게 여긴 예배, 사귐, 놀이, 교육, 운동, 청소, 식사 등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실감하고 절감했습니다. 큰복터에서 함께한 발달장애청년과 가족과 ‘그리움과 기다림’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맺어갑니다. 함께한, 그리고 함께할 사람과 사랑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며 큰복터를 응원합니다. 가장 보람 있는 일은 그들과 마음을 더 깊이 나누는 겁니다. 이 길을 지나 다시 만나니 전과 비할 수 없이 반갑고 서로에게 힘이 됩니다.

 

3. 사역 중 가장 어려웠던 일

 

큰빛복지선교센터는 2012년 핏사눌록 빡톡면 난강 곁에서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후원금을 모아 부지를 마련하고 사무국과 남자생활관, 여자생활관을 지었습니다. 모두 1층이고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은 건축이었습니다. 지금 세워가는 밀알복지선교관은 재정, 설계, 건축, 인테리어 등 모든 면에서 만만치 않습니다. 전문 업체에 설계를 맡겼고 아담한 2층 건물을 그렸습니다. 고심 끝에 (잘 아는 태국인 목회자가 소개한) 건축 업자를 정했습니다.

 

지난 5월 5일에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잘 진행했으나 11월부터 여러 어려움(약속 이행, 공사 지연 등)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감리(설계, 자재 등)를 철저히 받으며 진행하기에 부실 공사에 대한 우려는 없습니다. 최근에 그 건축 업자와 다시 계약(약속 이행, 기간 준수 등)을 맺고 공사를 재개했습니다. 2022년 3월 즈음 건축을 마무리하고 인테리어 및 기자재 세팅에 들어갑니다. 예상하기로는 5-6월 즈음 안과 밖의 모양새가 갖춰질 듯합니다.

 

계획대로라면 그러한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겁니다. 지금 건축 업자가 남은 과정을 성실하게 진행하도록 살피고 또 살필 참입니다. 건물을 따듯하고 아름답게 채워갈 인테리어 업체를 잘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꿈을 이루고 희망을 일굴 밀알복지선교관 건립 위해 많은 이들이 기도와 후원으로 함께합니다. 보람찬 선교 동행이 되도록 건축과 운영을 위해 마음, 뜻, 힘을 다하겠습니다.

 

4. 개인 및 가족에 대한 알릴 사항

 

큰복터 2기 팀사역을 위해 후임선교사 가족(김민수, 최승미, 유하, 민하)이 치앙마이에서 적응기를 보냅니다. 지난 3월 2일 태국에 들어왔고 방콕에서 15일 격리하고 치앙마이에 왔습니다. 한적한 치앙마이에서 태국인의 말과 마음과 생활을 천천히 배우려고 했습니다. 치앙마이에서 자녀는 학교, 부모는 어학원 다닐 계획을 미리 세웠습니다. 하지만 4월부터 태국 코로나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길을 걷습니다. 지금까지.

 

이미 1년 등록한 학교가 오랜 기간 문을 닫았고, 어학원 또한 온라인으로만 진행합니다. 방콕에서 견뎠던 15일 격리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넷이 지냈습니다. 학교는 3주만 가고 더 이상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자퇴를 했습니다. 다행히 학교에서 비자를 유지해줬고 학비 또한 승계할 학생을 찾으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학생을 찾는 게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 태국에서 쉬운 일은 없었습니다.

 

자녀는 계획에 없던 홈스쿨링 중입니다. 부모는 순번을 정해 온라인으로 태국어를 배웁니다. 에너지 넘치는 40개월 쌍둥이 자녀와 함께하는 하루 종일이 값지나 따로 시간을 갖지 못해 아쉽기도 합니다. 계획했던 것처럼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태국어 배우는 일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여기며 나름의 애를 써봅니다.

 

내년 3-4월 핏사눌록에 가면 알고 지낸 핏사눌록 소재 대학교수에게 태국어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어느 선교사가 “언어가 사역의 전부라 여기고 배우고 말하라”고 하던데요. 천천히 스며들 듯 이모양 저모양으로 계속 배우려고 합니다.

 

승미 선교사는 정말 오랜 만에 홀로, 오롯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스스로를 빵순이라할 만큼 빵 먹는 걸 좋아합니다. 직접 구워 먹고 싶어 10여년 전 한국에서 잠시 배웠지만 지속하기 어려웠습니다. 앞으로 큰복터 밀알복지선교관 1층에 카페가 들어섭니다. 그곳에서 장애청년과 빵을 굽고 싶었습니다. 바람만 있었으나 감사하게도 치앙마이에서 제과제빵 전문가(김수경 선교사)를 만났습니다. 11월부터 빵순이 선교사 몇 명과 빵 수다를 떨며 빵 굽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아이들과 잠시 떨어져 빵을 굽고 먹고 나누며 즐거워합니다. 마음 나눌 벗이 없어 허전했는데 선배 선교사와 빵 친구로 어울립니다. 큰복터 카페에서 장애청년과 함께 구워먹고 판매하고 선물할 빵을 그리며 즐거이 배우고 있습니다. 배워볼 길이 있겠나 싶었는데 가르쳐줄 사람을 만나니 길이 열렸습니다. 삶과 사역과 사랑 모두 사람과 함께 걷는 길임을 깨닫습니다. 큰복터와 저희 가족의 길에서 또 누구를 만날까 싶어 설렙니다.

 

태어난지 40개월에 태국에 와서 이제 40개월 된 유하와 민하, 그때나 지금이나 유쾌하게 지냅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무엇을 먹든, 어떻게 살든 부모와 함께하는 게 가장 즐거운 때입니다. 마치 부모가 세상 전부인 것처럼 바라보고 의지하고 매달립니다. 이 길을 지나간 부모는 하나 같이 말합니다. 몸은 고되지만 너무 소중했던 길이라고. 생각보다 짧아 아쉽고 다시 돌아오지 않아 그립다고. 아이들은 어느덧 "아버지, 어머니 어디가 아파, 마음이 아픈 거야"라고 묻습니다.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습니다. 

 

넷이 꼭 붙어 지낸 열 달도 참 귀합니다. 따로 또 같이 지냈어도 소중했을 겁니다. 치앙마이에서 계획했던 일도 이것저것 해봤겠고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포장하는 게 아닙니다. 그 길밖에 없어 그 길을 걸었으니 해석의 여지가 없습니다. 잔병치레를 제법 했지만 네 사람 모두 몸과 마음이 크게 아프지 않아 감사합니다. 낯설고 어색한 길을 함께 걸어주어 대견합니다. 조금 익숙해진 치앙마이를 떠나 핏사눌록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연민의 연대를 이루어 걷고 또 걷겠습니다. 

 

# 마음 맞는 빵 친구 / 최승미 선교사 

 

새해를 바라는 시 중에서 반칠환 님의 ‘새해 첫날’을 좋아합니다.“황새는 날아서 / 말은 뛰어서 / 거북이는 걸어서 / 달팽이는 기어서 / 굼벵이는 굴렀는데 /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모두 동무처럼 어울려 좋습니다. ‘companion’은 마음 맞는 친구라는 뜻입니다.‘함께(with)’의 라틴어 ‘com’과 ‘빵(bread)’의 라틴어 ‘panis’를 합친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빵을 나누어 먹는 이들이 동반자인 셈입니다.

 

특수학교를 졸업한 태국 발달장애청년은 길이 없어 길을 잃습니다. 그들과 같이 걷고 싶어 큰복터 가운데에 밀알복지선교관을 세워갑니다. 1층에 예배당과 장애청년과 함께 일할 카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태국도 한국처럼 카페에서 다양한 빵을 팝니다. 묘하게도 빵의 태국어는 ‘카놈빵’입니다. 큰복터 카페에서도 커피와 어울리는 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도 일이지만, 제가 빵을 워낙 좋아해서 큰복터 먹거리 삼아 만들길 바랐습니다.

 

10여년 전에 잠깐 제과제빵 학원을 다녔습니다. 너무 오래 전이라 혼자 다시 배우고 익히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아니기에 배울 곳도 여의치 않았고 코로나 상황이라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에 베이킹 전문가인 김수경 사모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빵을 연구하며 만들었고, 빵 자체를 사랑하는 분입니다. 빵을 좋아하는 마음과 몸에 벤 기술이 복된 일에 쓰이길 바랐습니다.

 

무턱대고 배우고 싶은 바람과 큰복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번개처럼 마음이 닿아 11월부터 제과제빵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태국에 벗이 없어 허전했는데 유쾌한 선교사님들과 ‘빵 수다’를 떨며 배웁니다. 집을 떠나 좋아하는 일을 홀로, 오롯이, 즐거이 하는 건 10개월 만입니다. 올해 치앙마이를 떠날 때까지 빵에 대한 진심과 기술을 익힐 참입니다. 마음 다해 응원하며 세심하게 알려주는 ‘빵 선생님’이 참 고맙습니다.

 

생각의 끝에 마음이 닿으니 길이 생겼습니다. 같이 빵을 굽고 나누어 먹으며 동행하는 길벗도 생겼습니다. 조금 지치고 고단한 길에서 ‘빵 친구’를 만나 다행입니다. 오늘도 고마운 빵을 만들어 가족과 치앙마이 이웃과 나눌 참입니다. 핏사눌록 난강 곁에 있는 큰복터 카페는 어떤 모습일까요. 장애청년에게 함께 일하는 보람과 마음 나누는 기쁨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들도 저처럼 빵 덕분에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큰복터 카페에서 여러분과 빵 한 조각 나누고 싶습니다. 기약할 수 있는 다음이 있어 참 좋습니다. 그날을 그리며 열심히, 즐거이 배워볼게요.

 

# 큰복터와 선교사 가족 응원하기
(지속적인 기도와 재정후원은 소중한 힘이 됩니다.)
* 파송교회 지구촌교회(서울) / 파송단체 한국밀알선교단(02-3411-6896)
* 선교후원 
_ 카카오뱅크 3333-16-1774547 김민수
_ 우리은행 1005-601-237893 한국밀알선교단 / 기부금영수증
_ 초기정착 현지 정착비, 비자 보증금, 코로나 보험비, 차량 구입비 등 
_ 장기사역 장애인복지선교 사역비, 선교사 가족 생활(교육)비 등

 

밀알복지선교관 조감도
네 가지 공간(예배당/강당, 카페, 주간보호실, 운동재활실)에 맞춰 벽을 치고 있음
송태규, 홍애숙 선교사와 태국인 사역자 '다 자매'
2021 위드 큰복터, 고마워요
콘도 직원분들이 참 좋아했던 유하 민하 태국 전통옷
다시 만나 신나게 어울린 아짠 삐아 교수 손주
불상 곁에 놓인 크리스마스 나무
메리 크리스마스 _ 치앙마이중앙교회 새싹팀
분당우리교회에 함께 사역했던 이삭 선교사님 가족과 함께
치앙마이 라후신학교 교장 최인봉 선교사님과 함께 
밀알보 보는 걸 좋아하는 민하, 유하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마음 맞는 빵순이 선교사님들(가운데, 빵강사 김수경 선교사님)
와서 빵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