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게 얼마나
_ 태국 장애인선교 이야기 13 / 2022년 4월 27일
_ 초보선교사 민수, 승미, 유하, 민하
고마운 이웃에게 13번째 안부를 전합니다. 여러분의 응원 덕분에 괜찮게(이만해서 다행인 상태) 이사했습니다. "그 더운 데를 왜 가느냐"는 말을 치앙마이 태국 지인에게 들으며 가장 무더운 핏사눌록에 왔습니다.
집 공사가 끝나지 않아 큰복터에 짐만 두고 열흘 간 모텔 같은 호텔을 유랑했습니다. "우리 집에 가자"는 하하자매 푸념에 날이 설 때 동네 개들, 각종 벌레, 찡쪽(도마뱀 같은)의 환대를 받으며 큰복터에 왔습니다.
일정을 그렇게 맞춘 건 아닌데 고난주간에 떠돌다 부활주일에 몸을 옮겼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떠도는 듯했습니다. 첫날 찡쪽이 냉장고 바닥 구멍으로 들어가 한 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습니다.
냉장고를 눕혀 해충제 한 통을 다 뿌리자 헥헥 거리며 기어 나왔습니다. 창문을 조금만 열어도 생전 처음 보는 벌레가 침입했습니다. 집 공사는 계속 이어졌고 뿌연 먼지를 거듭 닦으며 짐을 정리했습니다.
우여곡절 겪겠지만 망고열매처럼 영글어 갈 겁니다. 세 여자(유하, 민하, 승미)는 아이들 눈 진료 위해 일시 귀국했습니다. 녹초가 되어 비행기에 몸을 싣었고 지금 수원 할아버지/할머니 댁에 있습니다.
큰복터는 핏사눌록 빡톡면 작은 마을 안쪽에 있습니다. 특수학교 가까운 곳에 터전을 찾다보니 시내와 멀어졌습니다. 이곳이 장애를 가진 이들과 가족, 몸과 마음이 고단한 이들의 믿는 구석이면 좋겠습니다.
큰복터도 하나의 교회입니다. 조금 엉뚱하지만 '믿는구석교회'로 이름 지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마음 어딘가에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겨를이 부족한 삶에 위안이 됩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후원으로 짓는 '밀알복지선교관'도 그럴 겁니다. 우여곡절 겪느라 늦어졌지만 더 단단하고 야무지게 세워가고 있습니다. 올해 7-8월에는 사람과 사랑과 사역이 새로이 어우러질 겁니다.
태국의 전력난 때문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카페(베이커리), 주간보호실, 운동재활실에 많은 기자재가 필요합니다. 기도하며 추가로 재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여전한 기도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태국 발달장애청년의 상상놀이터가 될 밀알복지선교관에서 여러분과 같이 놀고 싶습니다. 놀이터이니 일하러 말고 즐거이 놀러 오면 좋겠습니다. 이제 격리하지 않고 태국을 오갈 수 있습니다.
큰복터는 태국 발달장애청년 덕분에 시작되었습니다. '장애인과 더불어 샬롬'이라는 처음 바람을 기억하며 우직히 걷겠습니다. 먼 데 있는 우리와 마음 가까이 동행해 주어 고맙습니다.
# 이웃과 함께 드리는 기도
* 큰빛복지선교센터 사역과 밀알복지선교관 건축 위해
_ '더불어 샬롬'을 바라는 큰복터가 고단한 이들의 쉼터, 믿는 구석, 정든 마을이 되도록
_ 장애청년과 가족이 하나님의 사랑을 소중히 알아가고 샬롬의 희망을 깊이 누리며 나누도록
_ 4월에 건축을 재개한 밀알복지선교관이 '장애청년과 함께하는 상상놀이터'로 지어지고 운영되도록
_ 계획보다 높아진 인테리어와 기자재 구입 비용을 믿음으로 채워가도록(기도하며 응원하는 이들과 함께)
_ 선교관을 중심으로 2기 팀사역을 시작하는데 괜찮은 팀(태국인 3인, 한국인 3인)을 만들어 사역을 같이 일구도록
* 좌충우돌 초보선교사 가족 위해
_ 좌충우돌 초보선교사 가족이 핏사눌록 큰복터로 이주했는데 우여곡절을 겪으며 야무지게 적응하도록
_ 새롭고도 다양한 관계(장애청년과 가족, 마을 이웃, 지역교회, 한인 선교사, 특수학교 교사, 관련 공무원 등)를 소중히 맺어가도록
_ 송태규/홍애숙 선교사가 기도와 눈물로 일군 사역을 2기 팀사역자와 함께 알차게 이어가도록
_ 큰복터의 사람, 사랑, 사역을 기억하고 응원하는 이웃에게 보람(선교동행)을 나누며 살아가도록
_ (아이들) 안과 검진 등으로 일시 귀국한 유하, 민하, 승미가 일정(진료 등)을 잘 보내고 조금 쉬도록
#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
* 태국 장애청년의 상상놀이터, 같이 짓고 같이 놀기
뚝딱뚝딱, 오늘도 꿈을 일구는 소리가 들립니다. 태국 밀알복지선교관은 한국밀알선교단 설립 40주년(1979~2019)에 감사하며 태국 지부(큰빛복지선교센터)에 짓는 샬롬의 보금자리입니다. 한국의 어린이날인 2021년 5월 5일에 착공했습니다. 선교관을 향한 바람은 한결같습니다. 태국 장애청년의 상상놀이터입니다.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길이 없어 걷지 못하는 이들이 신명 나게 어울리는 놀이터를 꿈꿉니다. 한국에도 상상놀이터라 이름 지은 곳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창의 있게 놀기를 바라는 엉뚱한 어른들의 집단’이라고 표현합니다. 어른들이 엉뚱하게 망가져야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집니다.
이사야 58장 11절(여호와가 너를 항상 인도하여 메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하게 하며 네 뼈를 견고하게 하리니 너는 물 댄 동산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샘 같을 것이라)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선교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들만의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과 즐거이 어울리는 놀이터여야 합니다.
“많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많이 놀아야 한다” _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놀이는 우리의 뇌가 가장 좋아하는 배움의 방식이다” _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
“놀이는 사람의 생애를 결정짓는 작은 나무다” _ 프뢰벨(Fröbel)
“인생은 놀이 공원이야. 해볼 건 다 해보고 나가야지 본전을 건지는 거야” _ 김연수
놀이는 아이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이들의 숨쉴 겨를이기에 꼭 필요합니다. 코로나 이후 우리가 겪는 슬픔 중 하나는 함께 놀 기회(시간, 공간, 사람)를 잃어 버린 것입니다. 놀지 못하니 몸과 마음이 근질근질하고 함께함의 즐거움을 잊어갑니다.
‘누구와 노느냐’가 ‘어떻게 노느냐’를 정합니다. 큰복터가 유쾌하게 풀어야 하는 숙제입니다. 홀로 머리를 싸매기보단 같이 맞대고 싶습니다. 우리가 같이 놀고 싶은 이들은 핏사눌록 지역교회, 청소년과 청년봉사단체, 특수학교 장애학생과 교사, 장애가족과 이웃입니다.
밀알복지선교관 1층에는 카페(베이커리), 사무실, 직업재활실이 있습니다. 2층에는 주간보호실, 운동재활실이 있습 니다. 정서적으로 밝은 공간이길 바라며 창을 크게 내었습니다. 인테리어도 편안하게 할 참입니다. 성인장애인 복지기관이 부족한 태국에 하나님의 선물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큰복터는 선교관을 중심으로 2기 팀사역을 시작합니다. 한국인 선교사가 가장 못하는 것이 팀사역이라 합니다. 선교사가 주도하는 사역을 벗어날 참입니다. 장애인선교는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 다. 6월에 한국인 형제 한 명이 ‘같이 놀러’ 옵니다. 5월에 태국인 사회복지사 세 명이 ‘같이 놀러’ 옵니다.
핏사눌록 라차팟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고, 직원이자 동역자로 함께합니다. 큰복터에서 한 학기 실습하며 마음이 맞아 같이 걷기로 했습니다. 태국은 사회복지기관이 부족해 일을 찾기 어렵습니다. 장애청년 덕분에 생긴 큰복터, 사회복지사가 일하고 싶은 유쾌한 일터이길 바랍니다.
선교관은 올해 어린이날 즈음 완공할 계획이었습니다. 여러 어려움을 겪느라 늦어졌습니다. 시간과 재정에 손해만 봤다 싶었는데 다시 점검할 기회가 되었습니 다. 안전모에 ‘감독자’라고 적은 젊은 소장과 함께 화장실 타일, 전원 스위치까지 고릅니다. 직영하듯 전반을 살피기에 더 애착이 갑니다.
고마운 이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이만큼 지었습니다. 8월 즈음 운영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카페, 주간보호실, 운동재활실 기자재 구입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희망이 꿈틀거리는 상상놀이터가 되도록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늘 고맙습니다.
* 밀알복지선교관 기자재 구입비 후원
_ 착공 2021년 5월 > 완공 2022년 7-8월
_ 후원목적 밀알복지선교관 기자재 구입
카페(베이커리) 커피용품(커피머신, 그라인더 등), 베이커리용품(오븐, 발효기 등)
사무실 사무가구, 컴퓨터
주간보호실 발달장애인 활동용품 및 가구
운동재활실 발달장애인 운동용품
기타 태양광 패널 및 에어컨 설치
_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601-237893 한국밀알선교단 / 기부금영수증
* 여름 방학 맞아 살피는 큰복터 2기 팀사역
태국은 연중 가장 더운 때가 4-5월입니다. 학교마다 여름 방학에 들어가는데 큰복터도 방학을 맞았습니다. 그간 선교관 건축을 진행하며 기존 사역(주간보호, 공동생활 등)을 병행했습니다. 소음과 먼지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안전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번 방학을 조금 길게 갖고 2기 팀사역을 살피려 합니다. 5월에 태국 사회복지사 세 명이 오고 6월에 한국 형제 한 명이 옵니다. 민수와 승미를 포함하면 태국인과 한국인 비율이 같습니다. 먼저 마음을 나누고 밀알복지선교관의 가치와 방향을 살피고 역할을 분담할 참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든 '장애인과 더불어 샬롬'이라는 본질이 중요합니다. 5월에 장애청년 가정을 방문해서 가족과 교제하려고 합니다. 6월 이후에 여섯 명이 다 모이고 8월에는 선교관이 시작됩니다. 여섯 명과 장애청년의 어울림이 어떨지 두근두근합니다.
* 망고나무 있는 곳으로 이사하기 _ 최승미
작년 3월, 한국에서 태국 치앙마이로 멀리 이사했습니다. 격리하며 쓸 유하, 민하 기저귀 두 박스, 유모차 두대, 커다란 트렁크 네 개를 싣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내렸을 때 났던 냄새와 더위가 생생합니다. 일 년이 지난 4월, 다시 멀리 이사합니다.
치앙마이에서 알고 지낸 태국인 이웃에게 핏사눌록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다들 놀라며 말합니다. “태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왜 가요, 시원한 치앙마이가 더 좋아요.” 속으로 생각합니다. “그러게요. 핏사눌록은 왜 그렇게 더울까요. 남편 빼고 세 여자는 더위가 너무 힘든데.”
아이들은 잠깐 다닌 유치원을 마무리하고 집에 있습니다. 남편은 핏사눌록 큰복터 안에 있는 주거 공간을 고치러 갔습니다. 수도꼭지, 문고리, 세면대까지 차에 가득 싣고 떠났습니다. 마침 집 거실 에어컨이 고장 났습니다.
아이들과 24시간 깊은 전우애를 느껴보자 다짐했지만 적이 되어 전쟁을 치릅니다. 양쪽 모두 지쳐갈 즈음 핏사눌록으로 갔던 남편이 일주일 만에 돌아 왔습니다. 집 공사는 계획과 달리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사 날짜는 정해져 있고 비자도 연장해야 해서 그날부터 이삿짐을 정리합니다. “이상하다. 왜 자꾸 내가 넣은 짐이 또 밖으로 나와 있지.” 범인은 하하 자매! 왜 자기 짐을 박스에 넣냐며 꺼내놓고 쓰레기통에 버린 잡동사니는 자기 보물이라고 가방에 넣습니다.
작전을 바꿔 아이들이 자는 틈을 타 박스에 아무렇게나 짐을 마구 쌌습니다. 어찌어찌 이사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고칠 게 워낙 많아 예상 날짜가 지나도록 집 공사는 끝나지 않습니다. 이삿짐을 큰복터에 두고 시내 호텔에 왔습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이 생각나는 방 한 칸짜리 작은 숙소에서 아이들과 망고나무 있는 집에 들어갈 날짜를 셉니다. “왜 우리는 집이 없어. 집에 가고 싶어. 치앙마이로 돌아갈래.” 갑자기 집이 사라진 아이들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망고나무 있는 집으로 왔습니다.
끝나지 않은 공사 덕분에 첫날은 문을 열어두고 잠을 청했습니다. 집에 들어온 이후에도 화장실은 5일이나 쓰지 못하고, 아이들은 싱크대에서 세수를 합니다. 수북이 쌓인 빨래를 손으로 비벼 빱니다. 먼지가 가득한 곳에서 대충 먹고 대충 잡니다.
아직도 덜 끝났지만 그래도 ‘새집’에 왔습니다. 아이들은 망고나무가 있는 집이라며 망고나무를 놀이터 삼아 놉니다. 이제 짐을 정리하며 네 식구 모두 낯선 땅에 적응할 차례입니다. 금방은 아니겠지만 치앙마이에서처럼 또 적응하겠지요.
이사 간 자리 _ 안영선
옥상의 동그라미
화분들이 살다가
이사 간 자리
큰 화분은 큰 동그라미
작은 화분은 작은 동그라미
몸에 꼭 맞게
집 지어 살다
이사 간 자리
새집에서도
꼭 맞게
집 짓고
꽃 피우며 살겠지
치앙마이에서 1년간 아주 작은 동그라미 하나만큼의 자리를 남기고 왔습니다. 이제 망고나무 자라는 곳에서 우리 가족도 장애청년과 더불어 꽃 피우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 유하, 민하, 승미 잠시 한국으로
유하, 민하, 승미가 4월 말에 한국에 일시 귀국했습니다. 작년 3월 2일에 태국에 왔으니 약 14개월 만입니다. 생각보다 일찍 갔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안과 진료입니다. 처음부터 유하에게 내사시 성향이 있었습니다. 괜찮겠거니 했는데 태국 와서 많이 불편해 했습니다. 스스로 한쪽 눈을 가리고 보는 때가 많았습니다.
치앙마이에 있는 안과에 가니 추가 검진이 필요하고 상황에 따라 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급적 한국에서 확인해 보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내사시는 되도록 빨리 교정하거나 수술해야 하기에 '만에 하나'를 고려해서 한국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3월 말부터 이사 준비하고 4월 초에 핏사눌록 이주했습니다. 열흘 간 유랑하고 공사 중인 집에서 며칠 지내다 녹초가 된 몸과 마음을 비행기에 싣었습니다. 선교관도 한창 공사 중이라 줄곧 있기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하하자매를 무척 그리워한 외할아버지/할머니 댁에 거하며 안과 진료 등의 일정을 보낼 참입니다.
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떨까 고민하다 큰복터와 저희 가족을 응원하는 분들에게 전합니다. 큰 탈이 난 게 아니기에 많이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안과를 여럿 다녀보고 큰 병원에서 확인하려 합니다. 유아 내사시는 보통 이렇게 확인한다 합니다. 미루었던 다른 진료도 받을 참입니다.
좌충우돌 초보선교사 가족을 마음 다해 응원해 주어 고맙습니다.
# 큰복터와 초보선교사 가족 응원하기
(지속적인 기도와 재정후원은 소중한 힘이 됩니다.)
* 파송교회 지구촌교회(서울) / 파송단체 한국밀알선교단(02-3411-6896)
* 선교후원
_ 카카오뱅크 3333-16-1774547 김민수
_ 우리은행 1005-601-237893 한국밀알선교단 / 기부금영수증
_ 사역비 큰빛복지선교센터, 밀알복지선교관
_ 생활비 선교사 가족 거주, 교육, 보험, 차량 구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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