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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편지

# 14 그래도 이만해서 다행이다

# 그래도 이만해서 다행이다
_ 태국 장애인선교 이야기 14 / 2022년 7월 2일
_ 초보선교사 민수, 승미, 유하, 민하

고마운 이웃에게 14번째 안부를 전합니다. 그간 여러분 몸과 마음이 안녕했길 바라며 글과 사진을 나눕니다(사진 사용 허락 받음). 무소식이 희소식이면 좋으련만 인생은 바람 같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생 돌아보니 만만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지난 편지에 "여러분 응원 덕분에 괜찮게(이만해서 다행) 이사했다"고 전했습니다. 마음 어딘가에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큰복터가 누군가에게 그러한 구석이길 바란다는 희망도 꾹꾹 눌러썼습니다.   

글과 바람으로 적은 '믿는 구석'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가득한 길 걸으며 "그래도 이만해서 다행이다"를 읊조린다면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겁니다. 처음부터 희망은 아슬아슬하게, 용기는 작디작게 존재했으니까요.

 

저희 가족이 품을 수 있는 희망과 용기 지니고 길에게 길을 묻겠습니다. 

눈 진료와 논문 마무리 위해 한국에 갔던 세 여자가 두 달 만에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내사시 관련 수술을 안해도 되는 상황입니다. 태국 병원에서 너무 부풀려 진단했지만 덕분에 미루었던 진료를 받고 왔습니다.

승미는 <태국 특수학교의 진로 직업교육 운영 실태와 특수교육 관련 전문가의 인식> 논문을 마무리했습니다(지도교수 강창욱). 태국 특수교육 현장에 직업교육 자료가 없어 고생을 제법 했습니다. 특수교육 현장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태국어로 번역해 나눌 참입니다. 

 

유하, 민하, 승미가 한국에 있는 동안 살펴주고 응원해 주어 고맙습니다. 승미는 태국에 온 지 5일 만에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게 뭔가" 싶은 통증이 조금씩 커졌는데 견디기 어려워 응급실에 갔습니다. 이미 염증이 심해 바로 입원해서 수술 받고 지금 회복 중입니다. 

 

한국에선 간단한 수술이고 태국 의료기술이 나쁘지 않지만 낯선 환경에 여러 걱정을 했습니다. 통증이 심해 초진, 정밀검사, 입원, 수술까지 서둘러 진행했습니다. 때마침 저희 가족을 만나러 온 지인(병무형제)이 병원을 지켰습니다. 태국인 통역사도 밤 늦은 시간까지 도와주었습니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이제 뭔가" 싶지만 그래도 이만해서 다행입니다. 오열하던 하하자매는 집에 돌아와 "어머니 오면 같이 먹을 거야"라며 클레이로 빵과 쿠키를 가득 구웠습니다. 

 

현재 큰복터는 기존 사역(주간보호, 그룹홈)과 밀알복지선교관 건축을 괜찮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비슷한 태국인 교사 3명과 장애청년 9명이 친구처럼 어울립니다. 오래 전부터 바라며 그렸던 그림입니다.

이들의 상상놀이터가 될 밀알복지선교관도 단단하고 야무지게 짓고 있습니다. 한국을 무척 좋아하는 젊은 태국인 소장이 종일 건축 현장을 살핍니다. 8월에 인테리어 공사까지 끝내고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할 듯합니다. 

큰복터는 2012년 '장애인과 더불어 샬롬'이라는 바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하나님과 이웃(기도, 후원, 동역)의 공적 희망이자 자산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애써 지켜질테니 지금처럼 동행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8월에 더 구체적인 이야기(저희 가족 상황 등) 담아 안부 전하겠습니다. 기다리며 확인할 일을 기도하며 살피는 중입니다.  덥고 습해 지치기 쉬운 장마에 "그래도 이만해서 다행이다" 싶은 위안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 이웃과 함께 드리는 기도

* 큰빛복지선교센터 사역과 밀알복지선교관 건축 위해

_ 2012년 '장애인과 더불어 샬롬'을 바라며 시작된 큰복터, 언제나 하나님과 이웃(기도, 동역, 후원)의 공적인 희망이 되도록 
_ 큰복터가 처음 직장인 태국인 교사 3명과 장애청년 9명이 나이기 비슷한 벗으로 어울리며 지금처럼 유쾌하게 지내도록
_ 태국 비영리법인에 속한 큰복터가 핏사눌록에 있는 교회와 연합하고 태국 그리스도인이 사역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_ 밀알복지선교관 건축이 튼튼하고 안전하게 진행되고(8월 완공) 샬롬이 필요한 땅과 사람에게 하나님의 선물로 전해지도록 
_ 밀알복지선교관 공간(카페, 사무실, 직업재활실, 주간보호실, 운동재활실)을 알차게 구성하고 기자개 구입에 필요한 재정이 마련되도록 

* 초보선교사 가족(유하, 민하, 승미, 민수) 위해 

_ 그간 사역을 먼저 생각했는데 이젠 하나님과과 서로의 관계를 살피며 가족이 참된 예배자가 되도록 

_ 2007년에 처음 품은 태국 장애인복지선교를 향한 하나님의 희망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다시 살피도록
_ 하나님의 아심과 함께하심과 인도하심 안에서 지금 겪는 상황을 대하고 앞으로 걸아갈 길을 모색하도록
_ 태국에 온 작년 3월부터 지금까지 생각지 못한 변화를 겪고 있는데 가족의 몸과 마음이 견딜만큼 힘들도록
_ 함께 기도하고 응원하고 후원하는 이웃(교회, 기관, 개인)에게 선교 동행의 기쁨과 보람을 정직하게 나누도록 
 
#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

* 큰복터 사역, 태국인 사역자가 주체적으로

하나님 보기에 참으로 좋았던 처음 세상 이야기(창1)에는 ‘창조주의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과 피조세계와 우리로 공존하며 샬롬을 노래하길 원했습니다. 처음 세상에 불었던 하나님의 바람, 여전히 우리에게 붑니다. 

지금 나와 공존하는 생명에게 “보기에 참 좋구나”라는 감탄을 나누고 싶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네가 없는 나의 인생 / 그대로가 사막 / 모래바람 날리는 사막” 이라며, “우리 서로 아낌없이 / 깊고 깊은 그늘이 되자 / 아프고 지친 마음 껴안아주는”이라고 적었습니다. 

우리에겐 아직 아슬아슬한 희망과 용기가 남아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라차팟대 사회복지학과와 법학과를 졸업한 세 명의 태국인(그레잇, 미스틴, 플로이)이 교사로 함께합니다. 4학년 때 큰복터에서 실습하며 ‘장애인과 같이 걷는 길’을 처음 접했습니다. 실습 후에도 만남을 이어가고 싶어했습니다. 

세 사람 모두 큰복터 장애청년과 나이가 비슷합니다. 태국에서 또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긴 힘듭니다.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 보기만해도 참 좋습니다. 이런 그림을 늘 바라며 기도했습니다. 

‘위함이 아닌 함께의 정신’이 제일 중요합니다. 5월 내내 개학을 준비하며 장애청년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큰복터 곳곳을 청소하고 정리했습니다. 효율적인 주간활동을 위해 반을 나누고 교실을 만들고 활동을 준비했습니다. 

한국인 선교사가 언젠까지나 중심이 되어 모든 걸 주도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땅에서 이들의 이웃인 장애인과 이들 스스로 관계를 맺어가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속도 보단 방향이 중요한 걸 겪어왔습니다. 

한국에서 전해지는 응원(기도, 동역, 후원)은 큰복터 운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큰복터 사역은 차츰 태국인 중심으로 옮겨져야 합니다. 핏사눌록에 있는 교회와 연계하고 태국 그리스도인이 함께할 기회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번 나눈 이야기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큰복터 2기 팀사역(태국인 사역자와 한국인 선교사)이 곧 시작된다 했는데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현재 큰복터 사역은 태국인 사역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큰복터 사역에 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겁니다. 한국본부(한국밀알선교단)와 태국 기독교 비영리법인(HOPE&LIFE FOUNDATION)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선교모델을 만들어갈 겁니다. 

바람직한 변화이기에 함께 애쓰고 응원하면 좋겠습니다. 

야무지게 세워가는 밀알복지선교관에도 샬롬이 깃들 겁니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이 부족한 이땅에 하나님의 선물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벗으로 어울리기에 참 좋은 상상놀이터가 되길 바랍니다. 

볕이 잘 들도록 창을 크게 내었습니다. 1층(카페, 직업재활실, 사무실)과 2층(주간보호실, 운동재활실) 곳곳에 더불어 샬롬의 기쁨이 움틀 겁니다. 8월까지 모든 공사를 완료하고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합니다. 

큰복터를 시작한 2012년 10월부터 기도하며 후원하는 이웃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큰복터는 보람찬 선교 현장으로 존재할 겁니다. 하나님과 이웃, 그리고 샬롬이 필요한 이들의 공적인 꿈터이니까요. 

* 밀알복지선교관 기자재 구입 및 큰복터 사역 후원


_ 착공 2021년 5월 > 완공 2022년 8월  
_ 후원목적 밀알복지선교관 기자재 구입 및 큰복터 사역
카페(베이커리) 커피용품(커피머신, 그라인더 등), 베이커리용품(오븐, 발효기 등)
사무실 사무가구, 컴퓨터
주간보호실 발달장애인 활동용품 및 가구  
운동재활실 발달장애인 운동용품 
기타 태양광 패널 및 에어컨 설치
_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601-237893 한국밀알선교단 / 기부금영수증


# 초보선교사 가족 이야기

태국은 4-6월 혹서기가 지나고 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마른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도, 밤새 추적추적 내리기도 합니다. 비 오는 날이면 여지없이 한국 국수 생각이 납니다. 이곳에 와서 산지 얼마 되지 않아 더 그리운가 봅니다. 

태국도 국수 요리가 많지만 주로 기름에 볶습니다.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먹을 따뜻한 국수가 없습니다.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이 등을 대고 국수를 먹는 종로 낙원상가 허름한 국수집 생각이 납니다.

그리움은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뿌리입니다. 눈 치료와 논문 마무리 위해 한국에 갔던 유하, 민하, 승미가 두 달만에 돌아왔습니다. 태국에 남자 혼자 있는 것도, 한국에 여자 셋이 있는 것도 생각처럼 여의치 않았기에 만남 자체가 반가웠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가족 상황을 나누겠습니다. 이번에는 '여러분과 국수 한 그릇 먹고 싶은 바람'을 시에 담아 전합니다. 마음 다한 기도와 염려, 응원과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구원은 언제나 연민의 연대에서 비롯됩니다. 

바르게 살고 사역하며, 정직하게 누리고 나누고자 애쓰겠습니다. 

* 국수가 먹고 싶다 _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이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초보선교사 가족 재정후원(삶과 사역)
(지속적인 기도와 재정후원은 소중한 힘이 됩니다)
* 파송교회 지구촌교회(서울) 파송단체 한국밀알선교단(02-3411-6896)
* 재정후원 태국 장애인복지선교 사역비, 선교사 가족 생활비
_ 카카오뱅크 3333-16-1774547 김민수
_ 우리은행 1005-601-237893 한국밀알선교단 / 기부금영수증

 

더불어 샬롬을 꿈꾸는 큰복터와 밀알복지선교관
상상놀이터로 지어가는 밀알복지선교관
1층 베이커리 카페
1층 직업재활실
2층 주간보호실
2층 운동재활실
큰복터가 처음 직장인 플로이, 미스틴, 그레잇
유니품에 새긴 큰복터 로고
밀알복지선교관이 이들의 행복한 일터가 되길
큰복터를 시작하게 한 태국 장애청년들
하루 일과 시작하는 아침 운동
수요일 오전에 드리는 주중예배(핏사눌록교회 온라인예배)
춤추며 노래 부르는 걸 무척 좋아하는 청년들
새롭게 단장한 교육실에서 공부하기
맛있는 밥을 해주는 꺼이 생일 축하
고된 일도, 운전도, 밥도 잘하는 그레잇
주중에 그룹홈에서 지내는 형제들
주간활동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한국에서 온 산소공급기, 참 고맙습니다
청년들이 무척 좋아하는 백화점 나들이
나들이에 빠지면 안되는 외식
손잡고 더불어 걷기
라차팟대 특수교육학과 명예교수(아짠 삐아) 일문일답
태국인 교사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여러 활동
맛있고 든든한 점심밥
주간활동 중에 그린 성경그림
두 달 만에 태국에 돌아온 아이들(방콕에서 5시간 동안 국내선 기다리며)
태국 돌아와 5일 만에 겪은 급성 맹장염 수술
힘겹게 마무리한 태국 특수학교 직업교육 관련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