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앙마이 한 달, 모름을 인정하기 / 2021년 4월 24일
'여름 꽃과 하늘'의 태국 장애인선교 이야기 03
_ 김민수, 최승미 선교사(유하, 민하)
늘 고마운 태국 큰빛복지선교센터(이하 큰복터)와 저희 가족의 이웃에게 <'여름 꽃과 하늘'의 태국 장애인선교 이야기 03>를 전합니다. 마음 다한 기도와 응원 덕분에 큰복터와 저희 가족 모두 '더불어 샬롬'의 희망을 이어갑니다. 보람찬 선교 동행이길 바라며 바르게 살며 사랑하며 사역하겠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태국 장애인선교 현장과 함께하는 분들, 교회, 기관에 샬롬이 깃들길 소원합니다. 저희도 여러분을 기억하며 나름의 기도를 아룁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 같이 기도하기(기도제목을 먼저 전할게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적었어요.)
1. 더불어 샬롬의 희망을 이어가도록
오늘이라는 상황이 어떠해도 '장애인과 더불어 샬롬'이라는 희망을 소중히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초보 선교사인 저희 가족의 바람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살며 사랑하며 사역하기, 태국인과 좋은 벗으로 어울리기, 서로를 보듬고 행복하게 적응하기'입니다.
2. 가족이 먼저 행복한 예배자로 서도록
방콕에서 했던 격리를 치앙마이에서도 이어갑니다. 치앙마이에 오자마자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게 나빠져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냅니다. 태국어는 온라인으로 배우고, 아이들 학교는 개학이 연기되었습니다. 호기롭게 세웠던 계획이 다 변했지만 하나님의 앎과 함께함과 인도함 안에서 하루씩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수시로 바뀌는 환경을 선교 훈련의 장이라 여기면서요. 저희 가족이 먼저 행복한 예배자로 서길,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길 바랍니다. 괜한 조급함을 버리고 천천히 이땅에 심기워지면 좋겠습니다.
3. 밀알복지선교관을 정성껏 지을 건축회사를 만나도록
떨리고 설레는 심정으로 '밀알복지선교관(태국 최초 발달장애인 복지시설)' 건립을 5월에 시작합니다(75평 2층 / 건축기간 약 8개월 / 건축비 약 2억5천만원, 내부 설비 약 5천만원). 선교관을 정성껏 지을 건축회사를 정하고자 최종 검토 중입니다. 정직하고 실력있는 건축일꾼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후원과 바람이 담겨 있기에 정성껏 지어가려고 합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이 삶과 일과 신앙의 꿈을 키우며 세상과 소통하는 샬롬의 보금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4.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아가는 큰복터가 되도록
큰복터를 하나님의 물댄동산으로 일구어가는 송태규/홍애숙 선교사, 현지인 사역자 '다 자매', 장애청년이 고단한 코로나 시대에 '샬롬의 희망'을 바라면 좋겠습니다. 그간 운영을 중단했던 '밀알마트'를 음식코너와 함께 다시 열었는데 행복하고 즐거운 일터가 되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마을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한국에서 후원받은 마스크를 선물하려고 합니다. 타인에게 행복을 전하기 전에 큰복터 가족이 먼저 오손도손 행복하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길 바라고요.
5. 보람찬 선교 동행이 되도록
태국 장애인선교 현장과 저희 가족과 이웃으로 함께하는 분들, 교회, 기관이 무척 고맙습니다. 마음 다한 기도와 응원이 보람찬 선교 동행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고마운 분들의 마음을 소중히 기억하며 바르게 살아가고 사랑하며 사역하겠습니다. 큰복터 운영을 위해, 저희 가족의 초기정착과 장기사역을 위해 지속적인 기도와 재정 동역이 필요합니다. 코로나로 해외선교에 대한 관심이 부득이하게 줄었지만 때에 따라 동역의 손길이 함께하리라 믿습니다.
6. 큰복터에서 동역할 윤준경/남송희 선교사 가족(하음, 지음)이 잘 준비되도록
큰복터 2기 사역은 '밀알복지선교관 중심의 팀 사역'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송태규/홍애숙 선교사님이 눈물과 땀으로 일군 장애인복지선교 사역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저희 가족과 윤준경/남송희 선교사 가족(하음, 지음)과 태국인 사역자가 팀을 이루어 동역할 것입니다. 올해 9월에 치앙마이에 옵니다(남서울은혜교회, 합신세계선교회 파송). 코로나 상황에서 선교 현장에 오는 것이 만만치 않은데 기도와 재정과 사역의 동역자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현장에 와서 저희 가족과 믿을만한 팀웍을 이루면 좋겠습니다.
# 치앙마이 한 달, 모름을 인정하기
3월 17일에 치앙마이 왔으니 한 달이 지나갑니다. 한 달, 제법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생각이나 계획과 다름'은 비슷했습니다. 그간 태국을 오고 간 횟수가 50여 차례입니다. 태국을 잘 안다 여겼습니다. 치앙마이에 가서 태국어만 잘 배우면 좋겠다 여겼습니다. 오기 전에 알고 있던 바를 토대로 여러 생각을 했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호기롭게, 그리고 자신있게.
여행자로 오는 것과 거주민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알아갑니다. 우왕좌왕, 허겁지겁 지내며 '안다고 여기며 세웠던 계획'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것도 알아갑니다. "태국 장애인선교'라는 바람이 겉멋이 되었나 봅니다. 그래서 처음 한 달이 무척 고맙습니다. 당분간 허둥지둥하며 비슷한 시간을 보낼 듯합니다. 배울 자세를 갖추기까지 한동안 헤매는 편이 좋겠다 싶고요. 모름을 인식할 때 비로서 배움이 시작되니까요.
# 코로나 청정구역? 위험도시! 치앙마이
코로나 상황으로 태국에 오기가 힘겨웠고 방콕 격리생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새로운 도시'를 뜻하는 치앙마이에 오면 겨를이 생기겠다 싶었습니다. 도착한 날 "치앙마이는 코로나 청정구역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바람 쐬러 놀러옵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마스크를 잘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방콕 유흥업소에서 코로나 전염이 시작되었고 태국 전역에 퍼졌습니다.
지금 치앙마이는 태국에서 확진자 발생률이 무척 높습니다. 오늘(4월 22일) 신규 확진자는 237명입니다. 청정구역이라는 오해 때문에 방역을 소홀히 했습니다. 전염이 시작되자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도시 봉쇄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스크를 안쓰는 이들이 많지만 한 달 전과는 다릅니다. 저희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집 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나가더라도 완전 무장하고요.
방콕 격리생활이 치앙마이 칩거생활로 이어졌습니다. 치앙마이에서도 방콕과 비슷한 생활이 이어지니 유하와 민하가 조금 (많이) 답답해합니다.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지' 묻는 듯한 표정으로 "밖에 나가자"고 합니다. 치앙마이 교민들은 "집 밖 곳곳이 코로나 지뢰밭이니 조심, 또 조심하라"고 합니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 책 읽어줘"입니다. 계획에 전혀 없었던 '책 육아'를 치앙마이에서 합니다.
# 그래도 적응해야 하는 일상
치앙마이 한 달, 그래도 적응해야 하는 일상 중 몇 가지를 나눕니다.
* 치앙마이에 오면 '태국어 배울 겨를'이 생기겠다 싶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유치원 개학이 연기되고 태국어 학원도 현장에서 진행하지 않습니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온라인으로 태국어를 배웁니다.
* 아직 스스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라 잠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분위기가 유치원이 개학해도 조심스럽습니다. 낯선 상황에 조급해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 한 달 동안 십 여 차례 정전되었고 이십 여 차례 누전되었습니다. 39도 더위에 에어컨과 냉장고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상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누전의 원인을 열흘 만에 찾았습니다.
* 유하와 민하의 머리 카락이 작은 동전만큼 빠졌습니다. 아는 피부과 의사에게 물어보니 '스트레스성 원형탈모' 같다고 합니다. 33개월 아이들이 몸과 마음으로 고단함을 겪고 있는 듯해서 짠하고 미안합니다.
* 치앙마이에서 일년 정도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핏사눌록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남은 11개월이 그려집니다. 그래도 슬기롭게 보내면 좋겠습니다.
# 그래도 이어가야 하는 선교
"선교사가 그땅에서 믿음으로 살아갈 때 복음은 자연스레 전해진다.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믿음을 지키는 것이 선교다. 무엇을 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존재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 선교사는 과정 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여긴다. 무언가를 보여줘야한다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진실하게 땀흘리고 진솔하게 나누어야 한다. 선교 행위를 부풀리고자 누룩을 넣지 말아야 한다. 하루를 바르게 사는 길, 오늘부터 걸어야 한다."
많이 보았던,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당연한 소리라 여겼는데 현장에 와서야 몸과 마음으로 겪습니다. 겨우 한 달이지만 비로서 실감합니다. 제대로 알기까지 아직 멀었지만. 오랫동안 태국 장애인선교를 꿈꾸고 계획하며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차근차근 모름을 알아가며 배울 자세를 갖추면 좋겠습니다. 민수, 승미, 유하, 민하가 이땅의 사람들과 벗과 이웃되길, 믿음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콘도 안에서 지내야 합니다. 가끔이라도 만나는 태국인은 콘도 직원 분들(보안, 미화, 관리, 사무)입니다. 한국에서 온 쌍둥이 아이들을 무척 귀여워합니다. 아이들 덕분에 호감을 삽니다. 이 콘도에서 11개월을 더 지낼 텐데요. 팔을 뻗으면 닿는 분들과 좋은 벗과 믿을만한 이웃으로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온라인으로 천천히 배워가는 태국어도 사용하면서요. "삶이 선교이고 선교가 삶이다"는 이야기를 몸과 마음으로 바르게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 밀알복지선교관 건립, 5월 시작
큰복터 이웃의 기도와 후원을 모아 '밀알복지선교관' 건립을 5월에 시작합니다. 4월을 생각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갑자기 나빠져 미루었습니다. 최근에 건축 허가를 받았습니다. 며칠 안에 건설회사를 정하려고 합니다. 성실하고 실력있고 믿을만한 회사, 소장, 일꾼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도하며 꼼꼼하게 살피고 있습니다. 우기(7월 이후) 전에 기초 공사를 해야하기에 곧 착공하려고 합니다.
태국에서 처음으로 세워지는 발달장애인 복지시설이라 설레고 떨립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삶과 일과 신앙의 꿈을 키우며 세상과 소통하는 샬롬의 보금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1층은 예배당 겸 북카페와 직업재활실, 2층은 주간보호실과 평생교육실로 채워질 것입니다(75평 2층 / 건축기간 약 8개월 / 건축비 약 2억5천만원, 내부 설비 약 5천만원). 지역사회와 자연스레 어울리는 장도 마련하려고 합니다.
2018년부터 모금을 시작했고 이제 건축비를 마련했습니다. 내부 설비 재정은 건축하면서 마련하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애써 기도하며 후원하고 있기에 야무지고 단단하게 지어가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샬롬의 희망'을 가득 담아서요. 조그마한 장애인복지관이라 운영을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손이 필요합니다. 다 지어지면 누구든 언제든 얼마든 찾아와 동역하면 좋겠습니다. 그날이 기대됩니다.
# 다시 문을 연 밀알마트
코로나 상황으로 오랜 기간 문을 닫았던 밀알마트(큰복터 외부에 마련한 작은 가게),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 열었습니다. 큰복터에서 차로 5분 거리여서 오가기가 수월합니다. 도매마트에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사자기고 와서 마을 이웃에게 팝니다. 이번에 다시 열며 간단한 음식 코너도 마련했습니다. 큰복터 장애청년들은 이곳에 나가 일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수익을 내거나 운영하기가 만만치 않지만 직업재활과 사회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행복한 일터가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 푸른 것만이 아니다
치앙마이에 온 3월 17일부터 오늘까지 '맑고 푸른 하늘'을 한 번 보았습니다. 화전과 미세먼지로 탁한 하늘만 보았는데 새벽에 내린 많은 비 덕분입니다. 유하와 민하도 하늘과 구름이 예쁘다고 좋아합니다. 무척 반가웠지만 내일은 또 어떨까 싶었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단 하루'였습니다. 다시 회색빛 하늘로 돌아왔습니다. 집 밖을 나가지 못하니 집 안에서 보는 '맑고 푸른 하늘'이 더 그립습니다.
안으로 울고 밖으로 웃을 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라고 합니다. 코로나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심각해지면서 울음과 웃음의 경계가 흐릿해졌습니다. 오만가지 감정을 지니고 살아가니 몸도 마음도 쉽게 피곤합니다. 그렇게 반가웠던 4월의 봄과 꽃도 무덤덤합니다. 5월의 신록도 그럴 것입니다.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있는데 푸른 것만은 아니다"라는 시인의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큰복터 이웃의 요즘, 어떤지 궁금합니다. 웃는 것만이 아닌, 푸른 것만이 아닌 일상을 애써 이어갈텐데요. 조금 더 괜찮은 나날로 이어지길 바라며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저희 가족도 치앙마이에서 '더불어 샬롬'의 희망을 이어가겠습니다. 고맙고 그리운 이들의 몸과 마음에 '샤밧(안식) 샬롬(안녕)'을 전합니다.
푸른 것만이 아니다 _ 천상병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보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외로움에 가슴 조일 때
하염없이 잎이 떨어져 오고
들에 나가 팔을 벌리면
보일 듯이 안 보일 듯이 흐르는
한 떨기 구름
삼월 사월 그리고 오월의 신록
어디서 와서 달은 뜨는가
별은 밤마다 나를 보던가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보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 같이 걸어가기(지속적인 기도와 재정후원은 소중한 힘이 됩니다.)
* 파송교회 지구촌교회(서울) / 파송단체 한국밀알선교단(02-3411-6896, 후원문의)
* 선교후원
_ 카카오뱅크 3333-16-1774547 김민수
_ 우리은행 1005-601-237893 한국밀알선교단 / 기부금영수증
_ 초기정착 코로나 보험비, 초기정착비, 비자보증금 등
_ 장기사역 장애인복지선교 사역비, 선교사 가정 생활비, 자녀 교육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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