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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편지

# 06 눈물도 희망도 옥수수처럼 자라길

# 눈물도 희망도 옥수수처럼 자라길 / 7월 29일
'여름 꽃과 하늘'의 태국 장애인선교 이야기 06
_ 초보선교사 김민수, 최승미, 유하, 민하

늘 고맙고 힘이 되는 큰복터 이웃에게 여름의 안부와 기도를 전합니다. 알이 꽉찬 옥수수 덕분에 여름이 반가웠습니다. 이맘때면 집과 길과 일터에서 옥수수를 입에 달고 지냈습니다.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이 별로 없는데 옥수수는 꽤나 그립습니다. 땅과 환경이 다르니 이곳의 맛과 질감은 전혀 다릅니다. 자주 들렀던 서현동 재생병원 앞 옥수수 트럭 아저씨에게도 안부를 전해야 겠습니다. 


길에서 시를 그리는 박노해는 "때를 만난 옥수수처럼 무서운 것이 없어랴"며 "네 맑은 눈빛도 좋은 생각도 애타고 땀 흘리고 몸부림쳐온 일들도 옥수수처럼 자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때를 만난 사랑보다 강력한 것은 없으니"라며 "시련과 응축의 날들을 걸어온 작고 높고 깊고 단단한 꿈들도 네 눈물도 희망도 간절한 사랑도 옥수수처럼 자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옥수수 몇 알에 안도한 날들을 기억합니다. 한국과 태국과 지구촌 곳곳이 롤로코스터 같은 코로나 상황에 힘겨워합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은 더 깊고 짙습니다. 몸과 마음에 와닿는 지속적인 공감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느려도 천천히 '더불어 샬롬'에 가닿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만큼 여러분이 고맙고 힘이 됩니다.

 

큰복터와 저희 가족에게 '늘, 참 반가운 길벗'입니다. 오늘 이땅에서 자란 옥수수를 쪄먹을 참입니다. 저만큼 옥수수 좋아하는 유하와 민하에게 떼어주며 여러분을 그릴 참입니다. 고단한 더위와 코로나 상황에 애쓰는 길벗의 일상을 응원합니다. 눈물과 희망과 간절한 사랑이 여름 옥수수처럼 자라길 바랍니다. 공감과 연대를 기억하며 초보선교사 가족도 샬롬을 꿈꾸겠습니다. 

# 이웃과 함께 드리는 기도

* 큰복터와 함께
_ 길어지고 힘겨워지는 코로나 상황에서 큰복터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깊이 살피도록 
_ 처음(2012년 10월)에 품었던 '장애인과 더불어 샬롬'의 희망을 기억하며 하루씩 걸어가도록  
_ 코로나 상황으로 외부에 있던 밀알마트를 큰복터 안으로 옮길 참인데 정겨운 마을 구멍가게가 되도록 
_ 함께하는 장애청년(눔, 노파윗, 봇)과 사역자(송태규 선교사, 태국인 사역자 '다')가 단단한 우정을 나누도록

 

* 밀알복지선교관 건립과 함께

_ 지금 기둥을 세우며 건물의 틀을 구성하는데 안전하고 튼튼하게 지어가도록

_ 발달장애청년과 가족에게 즐거운 삶터, 쉼터, 일터, 배움터, 놀이터가 되도록
_ 앞으로 밀알복지선교관을 함께 일구어갈 장단기 팀사역자를 반갑게 만나도록

_ 건립과 운영 위해 함께 기도하며 후원하는 이들과 보람찬 선교동행을 이루도록


* 하하네 가족과 함께 
_ 여호와의 앎, 함께함, 인도함을 신뢰하며 계획과 다른 길을 믿음으로 걷도록
_ 승미 선교사가 4년 만에 이석증이 재발했는데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회복되도록  

_ 학교가 다시 문을 닫아 다시 집에서 지지고 볶는 하하네가 되도록 슬기롭게 지내도록

   (태국 교육부에서 8월 31일까지 등교 중지 명령을 내렸으나 더 연장될 것 같음)

_ 큰복터를 오가며(치앙마이-핏사눌록) 장기사역을 차근차근 살피고 준비하도록(내년 3월)

#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

* 밀알복지선교관, 샬롬의 숲이 되길
지난 5월 5일에 착공한 밀알복지선교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 상황으로 소수의 장애청년만이 큰복터에서 함께합니다. 모이기 어려운 때에 밀알복지선교관을 건립하며 다음을 기약해서 다행입니다. 우기여서 비가 제법 오지만 감사하게도 기초 공사(땅아래 기둥 심기)를 잘 마쳤습니다. 


이제 건물의 틀이 될 땅위 기둥을 하나하나 세우고 있습니다. 큰복터의 바람은 처음부터 '장애인과 더불어 샬롬'입니다. 하늘 향한 기둥이 나무 같아 '더불어 숲(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생각이 났습니다. 누구든 언제든 얼마든 찾아와 함께 숨쉬는 샬롬의 숲이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숲, 더불어 샬롬'을 그리며 기도하다 이사야 61장 3절이 생각났습니다. 몸과 마음이 아파 슬퍼하는 자와 뜬구름이 아닌 손에 잡히는 희망, 기쁨, 찬양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여호와가 손수 심은 나무가 어울리는 '정의의 느티나무 숲'이길 바랍니다. 기도와 후원으로 숲을 일구는 여러분이 늘, 참 고맙습니다. 

"(사61:3/공동번역) 시온에서 슬퍼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어라. 재를 뒤집어썼던 사람에게 빛나는 관을 씌워주어라. 상복을 입었던 몸에 기쁨의 기름을 발라주어라. 침울한 마음에서 찬양이 울려 퍼지게 하여라. 그들을 이름하여 '정의의 느티나무 숲'이라 하여라. 야훼가 자기의 자랑거리로 손수 심은 나무."

 

밀알복지선교관 건립 개요
착공 5월 5일 / 약 11개월 소요
1층 카페(예배당), 직업재활실, 사무실

2층 운동재활(감각통합)실, 교육(휴게)실
재정후원 인테리어 및 기자재 구입, 밀알복지선교관 운영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601-237893 한국밀알선교단 / 기부금 영수증 
동역 다양한 분야(신앙, 직업, 운동, 일상)에서 즐거이 함께할 장단기 동역자

* 큰길에서 큰복터로 옮기는 밀알마트 
큰복터 발달장애청년은 밀알마트를 좋아합니다. 함께 일하고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고 놀기도 하고 돈(직업훈련비)도 벌고 돈도 쓰는 다목적 공간입니다. 2016년에 밀알복지재단 해외사업부 지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같이 일하며 땀흘리는 보람을 누리며 나누었습니다. 


8월에 큰길 곁에 있는 밀알마트를 큰복터로 옮길 참입니다. 태국 코로나 상황이 무척 나빠졌고 핏사눌록도 확진자가 늘어났습니다. 한국처럼 이곳도 자영업자들이 살아가기가 힘겹습니다. 폐업하는 가게도 많습니다. 유동인구와 방문고객이 줄면서 더이상 밀알마트를 외부에서 운영하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장애인 직업재활이 이루어지지만 태국은 아직입니다. 발달장애인이 사회에서 함께 일하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밀알마트는 일터이자 삶터이기에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운영이 어렵더라도 노동의 보람을 공유하고자 어떻게든 이어갈 것입니다. 


큰복터 공간을 재구성해서 8월 중순에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는 작은 카페도 마련할 참입니다. 큰복터는 빡톡면이라는 작은 마을 안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마을 구멍가게처럼 정겹게 운영하면 좋겠습니다. 이웃과 장애를 가진 이들과 가족, 그리고 큰빛교회 성도가 편히 들리도록. 

* 다시 집에서 지지고 볶는 하하네
'드디어' 학교에 갔던 유하와 민하가 바람보다 빨리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태국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어 전국 모든 학교가 대면수업을 중단했습니다. 3주 정도 울며불며 학교에 갔고 이제야 조금 적응했는데 아쉽습니다. 승미와 민수도 간만에 겨를이 생겨 이것저것 살필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이 돌아올까 싶습니다. 


이곳은 코로나 상황이 조금만 나빠지면 학교부터 문을 닫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하하네 가족도 '비자발적 홈스쿨링'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아침밥 먹고 점심밥 먹기까지 집은 학교로 바뀝니다. '어머니 선생님, 아버지 선생님'에게 인사하고 늘상 하던 놀이, 책읽기, 그림 그리기 등을 수업 삼아 진행합니다.

 

물론 잘 안됩니다. 


37개월이 된 하하자매, 몸과 마음이 부쩍 자랐고 말과 행동도 제법 늘었습니다. "나 혼자 할(먹을) 거야, 유하처럼, 민하처럼"을 외치며 존재적으로 열심히 싸우고 천천히 정듭니다. 학교가 문을 열기까지 집에서 지지고 볶는 생활을 이어가야 합니다. 네 사람 모두 덜 싸우고 조금 더 정들며 슬기롭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 물김치를 좋아하는 친구, 아짠 삐아
(승미 선교사가 적은 글(물김치를 좋아하는 친구) 첨부)
집에서 지지고 볶느라 진이 빠진 저희를 집으로 초대한 이가 있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핏사눌록에 있는 라차팟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를 퇴임하고 고향(치앙마이)에 온 '아짠(교수라는 의미) 삐야'입니다. 큰복터를 가장 오랫동안, 가장 가까이에서 지지하고 응원하는 태국인 친구입니다. 


저희 가족이 치앙마이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연락을 주었습니다. 아짠 삐야는 항암치료 중이라 몸과 마음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치료 과정 탓에 입맛이 없는데 한국에서 먹어본 물김치가 그립다고 했습니다. 승미선교사가 담근 물김치가, 낯을 가리지 않는 하하자매의 재롱이 작은 기쁨이 되었습니다. 


선교는 그땅의 사람과 샬롬의 정을 나누는 삶, 사역, 사랑입니다. 태국에 올 때 저희 가족이 품었던 바람은 '태국인에게 믿을만한 벗과 이웃되기'였습니다. 장애를 가진 이들과 가족을 가장 먼저 생각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누군가를 만나거나 사귀기가 어렵지만 바람은 일상처럼 여전합니다.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은 저희가 사는 콘도 직원과 인근 가게에서 일하는 이들입니다. 한국에서 온 쌍둥이네를 살갑게 챙겨주고 반갑게 인사해줘 늘 고맙습니다.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팔을 뻗으면 닿는 이들과 샬롬의 정을 나누려고 합니다. 삶도 사역도 사랑도 하루씩, 하루만큼 이어가야 하니까요. 

* 점점 나빠지는 태국 코로나 상황
태국은 요즘 일일 확진자가 1만 7천 명이 넘습니다. 방콕은 이미 방역과 통제와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길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져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학교나 공공시설과 쇼핑센터 등은 이미 문을 닫았고 언제 다시 열지 모릅니다. 방콕을 벗어나는 이들이 많아 다른 도시 상황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살아가는 치앙마이도, 살아갈 핏사눌록도 확진자가 계속 늘어납니다. 태국은 빈부의 격차가 무척 심합니다. 가난한 이들이 겪어야 하는 경제적이고 의료적인 어려움이 큽니다. 태국인 우선으로 백신이 공급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합니다. 외국인도 백신 신청을 받지만 언제 기회가 올지 모릅니다.


외국인은 의무적으로 비싼 코로나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코로나에 걸려도 보험 혜택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치료 가능한 병원이 주로 방콕에 있고 이마저도 포화 상태입니다. 스스로 방역을 철저하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덥고 습한 우기지만 잠시 나가도 KF94를 씁니다. 조심, 또 조심하며 이 시기를 견디려고 합니다.    

* 태국 태권도 금메달과 최영성 감독 
태국 태권도 선수 옹파타나키트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이곳 태권도는 한국인 지도자 최영석 감독이 20년 가까이 이끌고 있습니다. 선수와 감독 모두 태국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그는 올해 초 태국 귀화를 신청했습니다. 자국민 중심국가인 태국에서 귀하하기란 하늘에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렵습니다. 


왜 귀하까지 하려는 걸까요. 그는 "“태국은 지금까지 역도(중국), 복싱(쿠바)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땄는데 모두 외국 지도자가 이룬 것”이라며, “태국에서 20년을 살면서 태국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는 외국인이 아닌 태국인으로 태국 선수를 가르치고 태국 태권도를 발전시키길 원합니다. 


"태국인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 태국인이 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반가웠습니다. 사람은 언제나처럼 사랑으로 연을 맺고 이어갑니다. 승미와 민수도 그랬고 유하와 민하도 그렇습니다. 2003년부터 태국을 오가며 만난 고마운 사람과 사랑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치앙마이에서도, 핏사눌록 작은 마을 큰복터에서도. 

# 큰복터와 선교사 가족 응원하기
(지속적인 기도와 재정후원은 소중한 힘이 됩니다)
* 파송교회 지구촌교회(서울) / 파송단체 한국밀알선교단(02-3411-6896)
* 선교후원 

카카오뱅크 3333-16-1774547 김민수

우리은행 1005-601-237893 한국밀알선교단 / 기부금영수증
초기정착 현지 정착비, 비자 보증금, 코로나 보험비, 차량 구입비 등 
장기사역 장애인복지선교 사역비, 선교사 가족 생활(교육)비 등

 

* 물김치를 좋아하는 친구 _ 최승미 선교사

물김치를좋아하는친구_최승미선교사.pdf
1.44MB
태국인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는 최영성 감독
기초 공사를 마치고 건물 기둥을 세우는 밀알복지선교관
큰 길에서 큰복터 안으로 옮기려는 밀알마트
2012년 10월 큰복터 착공식에 함께한 아짠 삐아(오른쪽 두번째)
물김치를 좋아하는 아짠 삐아 가족과 함께
물김치 프로젝트
아짠 삐아가 보내준 집앞 무지개 사진
온 몸으로 심심해하는 하하자매
어디라도 나가면 활짝 웃는, 틈만 나면 어딘가로 올라가는 아이들

(없던 흥을 어딘선가 구해가며) 집에서 드리는 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