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어가자 처음 약속한 나를 데리고 / 8월 31일
'여름 꽃과 하늘'의 태국 장애인선교 이야기 07
_ 초보선교사 김민수, 최승미, 유하, 민하
늘 고마운 분들에게 큰복터와 저희 가족의 안부를 전합니다. 유난히 덥고 힘겨웠던 여름길, 우직히 걸어내느라 애쓰셨습니다. 하루만 지나면 9월이니, 이제 가을 문턱에 닿았습니다. 가을은 '겨를의 계절'이라 여겼습니다. 몸과 마음, 삶과 사역에 약간의 겨를을 마련했고 잠시 쉬기도 했습니다.
여름 나라에 와서 처음 만나는 9월, 그곳 가을 생각이 제법 날 겁니다. 겨를없이 지낼 수 밖에 없는 우리네 가을 형편이 아쉽습니다. 한국과 태국과 지구촌 곳곳에서 "샤밧(안식) 샬롬(안녕)"을 향한 하나님의 희망이 점점 흐릿해집니다. 우리네 일상에서 그 희망을 누리고 나누는 것이 힘에 겹습니다.
그래도 길은 걸어야 하고 이야기는 이어져야 합니다. 하루만큼의 희망으로 하루씩 걸어야 겠습니다. 길과 이야기, 걸음과 이어짐은 삶과 사역에 세운 작은 이정표입니다. 이정표가 흐릿해질 때마다 '걸어가자'라는 노래를 듣습니다. 태국에 오며 더 가까이에 두었고 세 여자(유하, 민하, 승미)와 종종 듣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과도.
걸어가자 _ 옥상달빛
https://www.youtube.com/watch?v=fnQiXMOp8V0
인간의 탐욕으로 하나님의 희망(샤밧 샬롬)이 점점 서글퍼집니다. 지금 시대에 가장 깊이 고통을 겪는 이는 그분일 겁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세계 안에서 연민의 연대로 희망을 이어갑니다. 그래서, 그만큼 고단하다 여깁니다. 하나님의 아픔을 어렴풋이 헤아리고 그분의 희망에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태국 핏사눌록 작은 마을 빡톡면에서, 여러분은 그곳 마을에서 하나님과 나와 너와 연민의 연대를 이루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처음(처음에 하나님이 그 하늘과 그 땅을 창조했다, 창1:1) 약속(빛이 있으라, 창1:3)으로 우리를 데리고, 기어코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어두워질 때, 기억조차 없을 때, 두려움에 떨릴 때, 눈물이 날 부를 때. 누구 하나 보이지 않을 때, 내 심장소리 하나 따라, 서두르지 말고 이렇게 우리를 응원하며 같이 걷고 싶습니다. 올해 가을, 샤밧(안식) 샬롬(안녕)의 겨를이 조금이나마 있길 바랍니다. 9월에 다시 안부 전할게요. 참 고맙습니다.
# 이웃과 함께 드리는 기도
* 큰복터와 함께
_ 상황이 어떠해도 처음에 품었던 '장애인과 더불어 샬롬'의 희망을 기억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도록
_ 9월에 외부에 있던 밀알마트를 큰복터 안으로 이전하는데 마을 이웃에게 정겨운 구멍가게가 되도록
_ 큰복터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응원하는 이들을 기억하고 보람찬 선교 동행이길 바라며 바르게 사역하도록
_ 지금 큰복터에서 함께하는 장애청년들과 사역자와 선교사가 다시 활기가 넘칠 날들을 기대하며 준비하도록
* 밀알복지선교관 건립과 함께
_ 장애인과 이웃과 함께할 삶터, 쉼터, 일터, 배움터, 놀이터 공간을 마련하도록
_ 2층 바닥 콘크리트 작업이 잘 진행되고 모든 과정이 안전하고 튼튼하게 이루어지도록
_ 준공할 때(내년 4월 예정)까지 복지관 건축과 큰복터 기존 사역을 조화롭게 진행하도록
* 초보선교사 가족과 함께
_ 여호와 하나님의 앎, 함께함, 인도함 안에서 바르게 예배하며 살아가고, 사랑하며 사역하는 초보선교사 가족이 되도록
_ 치앙마이에서 계획과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내지만 태국인의 말과 마음과 생활을 겸손히 배우며 그들의 벗과 이웃이 되어가도록
_ 다양한 분야에서 큰복터 2기 사역(밀알복지선교관 중심)을 함께할 장단기 사역자를 찾아 반갑고 즐겁고 든든한 동역을 이루도록
#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
* 90일마다 이름으로 작심하기
태국은 외국인이 자유롭게, 오래 거하기가 어렵습니다. 외국인 비자 종류가 적고 이마저도 코로나 이후에는 까다로워졌습니다. 받더라도 해마다 갱신해야 하며 비자 유지를 위해 태국 계좌에 많은 돈을 넣어두어야 합니다. 저희는 유하와 민하를 학교에 보내는 조건으로 학생 비자와 보호자 비자를 받았습니다. 교육비와 비자 유지비가 부담되지만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학교가 자주 문을 닫아 아쉽습니다.
태국에 거하는 외국인은 90일마다 거주지를 신고해야 합니다. 최근에 두 번째로 이민국에 가서 거주지를 신고했습니다. 참 번거로운 제도라 여겼는데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90일마다 초보선교사의 바람을 다시 품으려고 합니다. 저희 이름처럼 태국의 장애인과 더불어 샬롬을 노래하기로 작심할 참입니다. '여름 꽃(유하)'과 '여름 하늘(민하)'이 가득한 태국에서 '평화의 이삭(민수)'을 심으며 복음의 '아름다움을 잇고(승미)' 싶습니다.
태국의 코로나 상황은 한국처럼 고단합니다. 하루 확진자가 1만5천명 이상입니다. 학교부터 문을 닫기에 아이들은 3주만 학교에 가고 계속 집에서 지냅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 하려고 했던 계획은 지지고볶는 일상으로 바뀌었습니다. 무편집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처럼 아이들의 몸과 마음 곁에서 함께합니다. 지금 이때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시간이 고맙기도 고되기도 합니다. 유하와 민하의 바람과 다르지만 학교가 문을 열길 바랍니다.
계획했던 바와 전혀 다른 일상을 하나님의 앎과 함께함과 인도함 안에서 지냅니다. 태국인에게 믿을만한 벗과 이웃이 되어 함께 걸어가는 삶을 천천히 배워갑니다. 태국에 온지 6개월이 되어 조급한 마음도 들지만 숲과 나무를 같이 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제법 걸려도 이땅에 단단히 심기워지길 바라며 하루씩 살아가려고 합니다. 내년 3월까지 가끔 핏사눌록을 오가며 큰복터에서의 삶과 사역을 구체적으로 살필 참입니다.
* 승미 선교사의 일곱 가지 글과 마음
이번 기도편지에 승미 선교사의 이석증 재발을 나누었습니다. 마음다해 염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은 분들이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승미 선교사도 마찬가지이며, 4년 만에 고스란히 찾아왔습니다. 바닦과 천장이 뒤섞이는 어지러움에서 천천히 벗어났습니다. 많이 나아졌고 몸과 마음을 살피고 관리하려고 합니다. 내 몸만큼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게 없습니다.
전에도 느꼈지만 막상 와보니 선교현장에서 아내 선교사의 자리매김이 여의치 않습니다. 아내 선교사의 글이나 마음을 접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실 아내 선교사나 여성 선교사 등의 표현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남편 선교사나 남성 선교사라고 하지 않듯이. 그런데 직간적접으로 접하는 경우를 보면 존재도 역할도 호칭도 뭔가 애매합니다.
승미 선교사는 태국에 온 후로 밀알보(한국밀알선교단 월간지)에 글을 연재합니다. 아내와 엄마로서가 아니라 이땅에 천천히 심기워지고 있는 '하나의 나무이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3월부터 9월까지, 일곱 가지 글과 마음을 모아 전합니다. 아래 PDF 파일을 누르면 볼 수 있습니다. 유하도 민하도 승미도 민수도 따로 또 같이, 하나이자 넷으로 살아가고 살아내면 좋겠습니다.
* 유하와 민하의 임(ยิ้ม, 웃다)의 우정
아짠 삐아 가족이 물김치와 호박죽을 잘 먹었다며 다시 저희를 초대했습니다. 태국인은 상호 간에 예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소중한 것을 받으면 다음 기회에 꼭 보답하려고 합니다. 괜찮다고 했지만 다시 만나고 싶은 바람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집 근처에 직접 키우는 얌야이(동그란 태국과일) 나무가 있어 한아름 손으로 땄고 미리 많은 양을 챙겨주었습니다.
유하와 민하는 태국 언니가 생겼습니다. 지난 번에 만났던 아짠 삐아의 손주인데 애칭이 '임(ยิ้ม, 웃다)'입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마음의 말은 제법 통합니다. 뭐가 좋은지 한참을 웃으며 놉니다. 한국에서 온 동생들을 많이 예뻐해 줘 고마웠습니다. 꽃과 하늘을 보여 주고 신발도 신겨 주고 길도 안내해 주고 집에도 데려가 주고 먹거리와 장난감도 챙겨 줍니다. 세 아이의 우정 덕분에 구월에도 놀러갈 참입니다.
* 밀알복지선교관, 상상놀이터로 지어가기
여러분과 함께, 태국 핏사눌록 빡톡면 작은 마을에 '샬롬의 희망을 공유한 밀알복지선교관'을 세우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약한 이들이 조금 더 고단한 코로나 시대, 장애인과 가족에게 복음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태국은 특수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인이 마땅히 함께할 기관이 없습니다. 길이 없어 더이상 걷지 못하는 이들과 즐거이. 기꺼이 동행하고 싶습니다.
5월 5일에 착공한 공사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습니다. 태국은 6월부터 10월까지 비가 많이 오는 우기입니다. 우기에 공사를 시작한 터라 염려를 많이 했는데 올해는 유난히 비가 덜 옵니다. 기초공사를 잘 마치고 이제 2층 바닥 콘크리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틀을 하나하나 마련하며 공간을 어떻게 채워갈지 상상합니다. 하나님이 손수 심은 나무이길, 샬롬의 열매를 공유하길 바랍니다.
준공할 때(내년 4월 즈음)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을 겁니다. 처음과 지금처럼 태국의 장애인과 장애인복지선교를 향한 하나님의 희망으로 지어가겠습니다. 큰복터 2기 사역은 밀알복지선교관 중심의 팀사역으로 진행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즐거이 함께할 장단기 동역자가 꼭 필요합니다. 얼마든지, 언제든지, 누구든지 놀러 오면 좋겠습니다.
아래에 1층과 2층 평면도를 첨부했습니다. 그 공간에 무엇을 담아낼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카페교회, 직업재활실, 운동재활실, 주간보호실을 태국 상황에 맞게 접목하려고 합니다. 이곳을 향한 여전한 바람은 '장애인과 함께하는 상상놀이터'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 선명해집니다. 꼭 한 번 놀러오세요. 여러분 생에 한 번이라도.
_ 착공 5월 5일 / 약 11개월 소요
_ 1층 카페(예배당), 직업재활실, 사무실
_ 2층 운동재활(감각통합)실, 교육(휴게)실
_ 재정후원 인테리어 및 기자재 구입, 밀알복지선교관 운영
_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601-237893 한국밀알선교단 / 기부금 영수증
_ 동역 다양한 분야(신앙, 직업, 운동, 일상)에서 즐거이 함께할 장단기 동역자
* 장애청년들의 병원 나들이(백신 1차 접종)
태국도 한국처럼 코로나 백신을 맞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여러 관계로 보통 1차 백신을 시노백으로 맞습니다. 최근에 큰복터 장애청년들도 1차 백신을 맞았습니다. 아직 나이가 안되지만 정부에서 장애인을 배려해 주었습니다. 태국인에게 장애와 장애인은 복잡한 존재(그릇된 전생의 결과, 내생의 복락을 위한 구제 대상)입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집에만 있던 장애청년들이 모처럼 병원으로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많이 지루하겠지만 가정에서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기를, 다시 큰복터에서 활기차게 함께할 날들이 오길 고대합니다.
* 마을 구멍가게로 다시 시작하는 밀알마트
밀알마트를 8월까지 큰복터 밖에서 운영했고 이제야 안으로 옮겼습니다. 그간 쌓아둔 짐을 정리하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습니다. 지금 큰복터에서 함께하는 장애청년 3명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외부에서 운영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부득이하게 옮겼습니다. 9월 내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참입니다. 큰복터가 있는 마을의 정겨운 구멍가게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밀알마트 운영비를 지원하며 마음다해 응원하는 밀알복지재단 해외사업부가 늘 고맙습니다. 이심전심의 연대를 보참하게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 큰복터와 선교사 가족 응원하기
(지속적인 기도와 재정후원은 소중한 힘이 됩니다.)
* 파송교회 지구촌교회(서울) / 파송단체 한국밀알선교단(02-3411-6896)
* 선교후원
_ 카카오뱅크 3333-16-1774547 김민수
_ 우리은행 1005-601-237893 한국밀알선교단 / 기부금영수증
_ 초기정착 현지 정착비, 비자 보증금, 코로나 보험비, 차량 구입비 등
_ 장기사역 장애인복지선교 사역비, 선교사 가족 생활(교육)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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